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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 다변화에 대응하는 사회통합적 복지전략 비교연구 - 안상훈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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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1 ~ 2014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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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다학제적(경제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행정학)으로 구성된 우리 연구팀이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중격차 사회의 복지정치 비교연구이다. 서구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후기근대성의 진전을 경험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갈등과 욕구의 양상이 다변화되었다. 따라서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전략만으로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갈등을 진정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학계에서 시작된 지는 꽤 지났으나, 연구토대는 빈약하다. 다양한 사회갈등을 분석하고 이에 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한 연구들은 많다. 하지만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중첩적으로 얽혀있는 복지정치의 지형을 하나의 틀에서 파악하고, 이에 기초하여 지속가능하게 적용할 수 있는 총괄적 복지전략을 제안한 연구는 찾기 힘들다. 이에 본 연구는 단일한 연구의 틀 안에서 다중격차 사회의 다차원적 갈등구조와 다변화된 욕구의 양상을 추적하여, 복지정치의 균열지형을 새롭게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시대에도 지속가능한 사회통합적 복지전략을 수립하고자 한다.

 현대 복지정치의 균열 지점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한 출발점은 한 사회의 다중격차를 온전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다중격차Sen(1992)의 정의방식을 따라서 소득/소비 차원 뿐 아니라 세대, 성별, 교육, 주거, 건강, 고용지위, 사회적 관계 등의 다차원적인 수준에서 개인의 자유 실현능력을 제약하는 격차를 의미한다. Sen(1992)에 의하면 한 사회의 불평등을 화폐의 단일 차원으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불평등은 기본적으로 다차원적인 속성을 지닌다. 개인들이 동일한 수준의 화폐자원을 보유하였다고 하더라도 교육, 주거, 건강 등의 개인과 관련된 특성들과 규범, 차별, 권력관계 등과 같은 사회적 관계들의 결합 형태에 따라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인 capability는 다르게 나타난다. Sen(1992)의 실현능력접근 개념에서 출발하는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소득불평등 및 빈곤에 대한 대안적인 지표를 개발하고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최균서병수, 2006, 2007, 2011; Alkire, 2002; 2004; Robeyns, 2005; Saith, 2001; Summer, 2003). 이들 연구의 의의는 기존의 화폐자원 중심의 접근을 넘어, 비화폐자원까지 포괄하여 빈곤 및 사회적 불평등에 접근하고자 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들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기존 연구들이 개별 분야에서 각기 축적한 성과를 단일한 연구틀 내에서 일관되게 소화하고 이를 한국적 맥락에 맞는 분석의 준거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불평등과 격차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의 필요성은 구사회위험(old social risks)에 대비되는 신사회위험(new social risks)의 등장으로 인해서 더욱 커진다. 산업사회에서는 빈곤, 노령, 실업 등 근로중단시기와 관련된 위험이 주요한 문제였으나, 탈산업사회로의 전환 이후에는 가족구조와 성역할의 변화로 인한 일가족양립, 노인장애인아동 돌봄의 공백,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한 불완전 고용과 미숙련 노동의 문제, 복지공급의 민영화 등의 문제가 본격적인 위험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Taylor-Gooby, 2004). 현재 한국 사회는 구사회위험이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신사회위험이 중첩되어 나타난 상황에 처해 있다. , 은퇴나 실업 등에 대비한 소득보장 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인한 근로빈곤층(working poor) 문제, 급속한 고령화 속도와 낮은 출산율로 인한 문제,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문제 등이 한국 사회의 다중격차를 양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다중격차의 양산은 기존의 복지정책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치적 균열과 사회적 갈등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다차원적 갈등, 다차원적 욕구가 분출되는 다중격차 사회라고 한다면, 한국의 복지정치를 소득불평등 중심의 계급균열만으로 파악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이른바 복지정치의 영역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30여년의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과정 속에서 분배와 복지 문제를 매우 소홀히 해 온 것에서부터 기인한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다중격차 사회의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다변화된 욕구에 대응하는 사회통합 전략을 새롭게 마련하는 일은 시대적 과업이다. 하지만 다변화된 욕구를 파악하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통합 전략으로서의 사회정책 설계와 관련된 한국 학계의 연구토대는 빈약하다. 특히, 지난 수십 년의 시간에 걸쳐 축적되고 형성된 다차원적 격차의 구조를 검토하는 것과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작업은 단기간에 걸쳐 결코 끝날 수 없다. 따라서 본 연구과제의 연구진들은 1단계의 소형과제로부터 출발하여 최종적인 3단계의 대형과제에 이르는 일련의 연구 과정을 계획하며, 각 단계별로 포괄하는 연구대상을 점차 넓혀 가면서도, 일관되게 다음의 세 가지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 1)한국 및 각 국가에 존재하는 다차원적인 사회적 균열과 갈등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2)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통합 전략으로서의 복지정책 전략을 수립하며, 3)복지정책을 통해 사회통합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반이 될 복지정치 지형의 구성방안을 모색하는데 맞추어 연구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위에서 제시된 연구목적에 따라 본 연구는 1단계의 소형과제로부터 3단계의 대형과제로 구성되어 진행된다.

 우선 1단계인 소형과제 단계의 연구목적은 OECD의 선진산업국가와 한국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복지정치의 다차원적인 갈등구조와 다변화된 욕구의 맥락을 파악하고 이 나라들에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복지정책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비교분석하는 것이다. 현재 이들 국가에서 나타나는 다차원적 갈등의 기저에는 금융자본의 세계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복지국가 축소 압력 등 개별 국가 수준을 넘어서는 압력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다중격차와 갈등구조에 대한 분석은 비교연구의 시각에서 수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현대국가의 다양성을 파악한 제도주의(institutionalism)에 기초한 연구들은 불평등 및 사회적 갈등 현상과 이에 대한 대응의 양상이 국가 간에 분기하는 경향이 강하거나 국가마다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소형과제 단계에서는 이들 국가 간의 상이한 대응 방식 및 그와 연관된 상이한 다중격차 구조를 규명하고자 한다.

 2단계인 중형과제 단계에서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로 연구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리와 유사한 유교주의 문화와 경제발전 과정에서의 지역적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다차원적 갈등구조와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동아시아 지역의 독특성을 가지는지 확인할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을 분석함으로써, 서구의 이론과 경험을 일반적으로 수용하는 학문적 자세를 지양할 수 있고, 동아시아 복지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서구 선진 산업국가와는 다른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토대, 역사적 경험, 문화를 연구함에 있어서 동아시아 지역 국가에 대한 연구는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할 경우, 북한이 중국식 개방모형을 따를 때 향후 통일사회에 대비하여 남북한 사회보장 체제 간의 균질화 방안을 구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단계인 대형과제 단계에서는 동구권을 포함한 체제전환을 경험한 국가들로 연구범위를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 이 단계에 진행되는 연구결과물은 특히 우리나라의 통일시대를 대비한 복지전략 수립에 유용한 근거를 마련해줄 수 있는 사례들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체제전환을 경험한 동유럽의 국가들은 최근에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가입하여 하나의 유럽이라는 틀 속으로 편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사회주의 국가 시기부터 나름의 특성을 가진 복지체제를 구성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실업, 노령, 질병 등의 사회적 위험과 욕구들에 대응해왔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들의 복지정책과 전략을 서유럽과 비교하여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서유럽 중심의 복지국가 연구의 논의의 지평을 확대시킬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 체제전환국의 경험에 대한 연구 결과물은 한국사회가 통일된 이후의 사회정책의 패러다임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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