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과학(SSK) 커뮤니티

1. 연구목적 및 배경

미래 한국 사회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IT테크놀로지의 발달이 한국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한국에서는 이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IT의 기술발달은 계속 이어질 것이고,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보편화되고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사람들 간의 관계는 예전과 같을 것인가? 사람들은 더 행복해질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도입될 때마다 언제나 던져졌던 질문들이다. 20세기 초 전화가 생기고 TV가 널리 도입될 때 심리학자, 사회학자, 미디어학자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렸었다. 심지어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토론은 멀리 플라톤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플라톤은 「The Republic」에서 그 당시 대중매체였던 드라마나 시가 사람들에게 미칠 해로운 효과에 대해 경고하였다.

IT테크놀로지의 발달은 기존의 인간관계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인터넷의 도입으로 사람들은 지구 반대쪽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친구나 가족들과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끊임없이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열띤 담론이 이루어져왔다. 인터넷의 발달이 "networked individualism" (Haythornthwaite & Wellman, 2002, p. 32)의 형성을 통해 인간의 삶에 더 많은 융통성과 선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네트워크의 거대한 확산이 포스트모더니즘사회에서 진행되어온 “deculturation of culture"(Baudrillard, 1990, p. 92)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Castells, 2000).

과연 어떤 시각이 더 타당한가? 이 질문에 대한 거시적 담론은 무성하지만, 경험적인 자료를 제공해주는 사회과학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다(Huang, 2010; Kraut et al., 1998; McKenna, Green, & Gleason, 2002). 인터넷 사용이 대인관계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인터넷에서 어떤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지에 따라, 또한 이들의 인터넷 상의 관계가 이들의 면대면 관계와 어떻게 통합되는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며, 인터넷 사용에 대한 일 세대 연구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인터넷 사용이 대인관계나 삶의 질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누구와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좀 더 세분화된 효과연구가 필요하며, 나아가 개인의 성격특성이나 사회적 맥락이 어떤 조절효과를 미치는지 연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안하였다(Valkenburg, Peter, & Schouten, 2006).

인간관계는 개인의 적응 및 웰빙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주위 사람과 친밀하고도 지지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성취를 쌓고도 행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왔다(Diener, Lucas, & Oishi, 2002).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사람들의 삶의 질은 이에 비례하여 나아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서은국, 구재선, 이동귀, 정태연, 최인철, 2010).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구도와 물질만능주의적 사고가 낮은 행복감을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회내 높은 스트레스를 견디는데 필요한 안정되고 견고한 인간관계가 사회 전반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인터넷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간관계나 삶의 질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Lee, Lee, & Kwon, 2011).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평적 관계보다는 위계적 관계를 중시하고, 동질성을 공유하는 내집단('우리 집단') 성원들에게는 매우 개방적이지만, 연고를 달리하는 외집단('남의 집단') 성원들에게는 매우 폐쇄적이다(이규태, 1991; 한규석, 1990). 따라서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내집단 중심 인간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나아가 인간관계의 범위나 깊이가 어떻게 변화하고, 이것이 사회적응이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해하는 것은 미래사회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본 연구팀은 이런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이 인간관계와 사회적응, 나아가 삶의 질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multimethod, multidisciplinary approach를 통하여 장기간에 걸쳐 종단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본 연구과제는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통한 사회적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학문적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활용하여 한국인의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그 첫 단계로 심리학, 신문방송학, 사회학 등 학제간 접근을 통해 연령별, 지역별 차이 및 변화양상에 초점을 맞추어 인터넷 기반 대인관계행동이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세대이면서 또 우리 사회에서 미래의 주축이 될 연령층인 청소년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청(소)년기는 특정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발달시기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발전하게 될지 쇠퇴하게 될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청소년기에 형성된 또래관계의 패턴과 질은 대부분 성인기 초기까지 비슷한 양상으로 이어져 가며, 새로운 도전과 발달과제를 수행하는 성인기 초기에 주요 사회적 지지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후 적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청(소)년기의 발달적 중요성 뿐 아니라 청(소)년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가장 큰 소비자라는 점에서도 초점을 맞추어 연구할 만한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청(소)년들은 친구나 가족들과 아무 때나 접촉할 수 있는 “constant contact"시대(Clark, 2005)에 살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마도 IT강국인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다른 어떤 나라의 청(소)년보다 정보포화, 접촉포화의 환경에서 살아가며, 이의 부작용에 노출되어 있다(권정혜, 2005). 그러나 인터넷 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넘어서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대인관계적 인터넷 사용(적응적, 부적응적)이 어떤 매체를 통하여 얼마나 자주 이루어지는지, 또 주요상대는 누구인지,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더 나아가 인터넷 대인관계가 청(소)년들의 적응과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면대면 대인관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면대면 대인관계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는지, 왜 그런 결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의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 사용이 그들의 대인관계와 사회적응, 및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며, 향후 10년간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지를 분석하기 위한 실증적 연구의 시발점이 되는 연구로서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수행하고자 한다.

첫째,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 가족 및 친구관계가 온라인 대인관계 행동, 사회관계 자본 형성 및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둘째, 온라인 대인관계가 어떻게 사회관계 자본을 형성하는지, 또 면대면 대인관계와 어떻게 통합되어 어떤 사회관계 자본을 이루는지 심리적 과정과 관련변인들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그림 1과 같이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 행동을 적응적인 측면과 부적응적인 측면을 포함하여 설문조사, 인터뷰, 네트워크 분석 등을 통하여 다각도로 측정하고,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 행동이 대인관계 질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개인의 특성, 스트레스, 및 가족환경 등이 인터넷 기반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그림1> 연구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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