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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목적 및 배경

이 연구는 BT와 관련된 정치와 윤리의 문제를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 분석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런데 BT는 자연/사회의 이분법에 기초한 근대성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근대성 하에서 형성된 기존의 정치와 윤리를 넘어서는 역설적인 과학기술이라는 점에 이 연구는 주목하고자 한다. 근대성은 객체/주체, 비인간/인간, 자연/사회와 같은 이분법을 토대로 삼고, 이 중에서 자연은 과학이 대표하고 사회는 정치가 대표함으로써 과학과 정치가 인식적·제도적으로 분리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근대적 과학의 최신 산물인 BT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와 세포 차원에서 기술적 개입을 하고 인공적 변형을 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비인간/인간 또는 자연/사회의 이분법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와 동시에 근대성 하에서 역시 비인간/인간의 이분법에 기초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으로 삼았던 기존의 윤리도 새로운 성찰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인간과 비인간이 확고하게 분리된 것이 아니라면, 인간에게만 존엄성과 권리 그리고 책임을 부여하는 기존의 비대칭적인 윤리는 더 이상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관점에 따라서 BT를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정치와 윤리가 어떤 모습이며 근대성에 어떤 도전과 문제를 제기하는지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연구의 1단계(소형)에서는 BT의 새로운 정치와 윤리에 대한 이론과 국제동향을 검토하여 분석틀을 도출한 다음, 이를 적용하여 한국에서 BT의 정치와 윤리가 전개되어온 과정을 분석하고 BT의 분야 중에서 하나(예: 게놈의학)를 정하여 심층적 사례분석을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2단계(중형)와 3단계(대형)에서는 국제비교연구를 통해 1단계의 연구를 확대·심화시켜 나가면서 BT 시대의 새로운 민주주의와 윤리를 모색하는 데 목표를 둘 것이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첫째, BT의 역사와 근대성의 관련성을 이론적 수준에서 검토한다. BT와 근대성의 주제에 관한 1년차 연구내용은 보다 구체적이고 심화된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예비적이며 보다 일반적인 수준의 조사가 될 것이다. 서구 학계에서 근대성에 관한 논의는 상당히 축적된 상태이고, BT에 관한 연구도 점증하는 추세이지만, 양자 사이의 관련성에 관한 논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서구의 근대성과 BT의 경험과 이론에 대한 문헌연구를 통해 양자의 관련성을 체계적으로 찾아보는 이론적 연구를 수행할 것이다.

둘째, 한국 BT의 역사와 한국의 독특한 근대성의 관련성을 분석한다. 서구의 경험은 한국의 사례로 연역되어 적용될 수 없다. 한국 BT의 역사는 그 자체로 독특하며, 근대성 역시 단일성이 아닌 다중성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김상준, 2007; 채오병, 2011; Eisenstadt, 2002). 따라서 한국에서 독특하게 형성된 근대적 제도와 문화가 어떻게 한국 BT를 태동시켰고, 그 전개에서 어떠한 규정력을 행사하였으며, 다시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발전한 BT가 한국의 근대성에 대해 던지는 함의를 그 자체로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 사례에 대한 연구는 통시적 분석으로서 사건사의 역사사회학적 분석방법이 활용된다.

셋째, BT를 근대성과 연계시켜 사고함으로써, 권력, 윤리, 그리고 시민사회를 보다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푸코의 근대권력으로서의 생명권력(Foucault, 1990; Burchell, Gordon, and Miller, 1991)은 BT와의 관련성 속에서 구체적 사례분석을 위한 개념적 유용성을 부여받았으며(Rabinow, and Rose, 2006), 인본주의에 근거한 근대적 윤리체계는 BT의 발전이 야기한 자연과 인간 경계의 붕괴에 따라 그 근간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BT가 야기하는 각종 위험에 대처할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근대적 공론장으로서의 시민사회는, 역으로 BT가 낳은 바이오 사회성에 의해 재정의되고 재창출될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2차년도부터 수행될 구체적 연구과제인 “한국의 BT와 생명정치”와 “한국 BT의 윤리 및 시민사회”의 착수에 앞서, 우리는 근대성의 이론적 우산 속에서 권력, 윤리, 그리고 시민사회를 고찰하고자 한다.

넷째, 1차 년도에서는 BT와 근대성에 관한 이론적인 접근과 함께, BT의 사회과학적 연구에 대한 최신 국제동향에 친숙해지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BT의 사회과학적 연구가 출범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BT에 대한 학제적 협동에 기반한 연구소가 주요 대학 내에 설치되었고, 중요한 연구결과물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우리는 견학과 인터뷰 등을 통해 최신 연구동향을 소개받고, 차후 국제협력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