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구집단

연구집단소개

한국의 종교와 사회진보: 종교사회학적 접근 - 송재룡 경희대학교 교수

View : 13,847

상세
시작년도 ~ 종료년도 2012 ~ 2018 작성자 관리자
첨부파일

중형단계 - 김종철 교수 연구팀과 연합 (보러가기)
 

 

 

 

1. 연구목적 및 배경

 

1) 10년 장기 연구 주제와의 연계성 및 배경

 

본 연구의 주제는 20세기 중반 이후 성공적 근대화를 이룩한 한국사회의 발전 동인에 대한 거시적 쟁점들 중 사회경제적 및 학문적 함의가 큰 종교와 사회진보’(Religion and Human Progress)의 상호관계를 주요 키워드로 설정했다. 종교 사회학자 7명으로 구성된 본 연구팀의 종교사회학적 연구 패러다임은 우선 지난 1980World Development 가 특집으로 종교적 가치와 발전에 관해 발표한 연구업적과 중남미 과테말라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그리스도교의 관계를 규명한 셔먼(A. Sherman)의 연구업적 - 발전의 영혼(The Soul of Development)(Oxford University Press, 1997), 그리고 2000년 하버드대학의 국제지역연구원(Academy of International and Area Studies)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문화적 가치와 정치·경제적 발전의 상호관계를 조명한 연구 결과문화가 중요하다(Culture Matters)(Harrison and Huntington, 2000) 등이 기초한 관점과 밀접하게 연관 된다.

 

먼저 World Development의 특집의 대표 논문(WilberJameson, 1980)에 의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랫동안 성장과 발전을 동일시하는 관점종교와 발전(Religion and Development)’ 연구 의제를 대표했다. 그 추세의 연구들은 주로 종교가 서구적 의미의 개인주의와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는 기제를 통해 성장과 발전에 공헌하는 측면에 초점을 모아 수행되었다. 그 뒤 성장과 발전을 동일시하는 관점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1970년대의 시기 중에 발전이란 균형(형평)을 갖는 성장이라고 인식하는 탄력적 시각을 갖는 사회과학자들에 의해 발전의 새로운 차원에 대한 연구가 많이 출현하였다. 이후 1980년대에 와서는 이 균형을 갖는 성장접근이 종교와 발전에 대한 탄탄한 연구 의제로 자리매김 되었다.

 

다음으로 문화가 중요하다의 핵심 논의는 문화적 가치가 특정 국가의 사회적 및 정치경제적 영역에서의 사회진보(human progress)를 촉진한다는 시각에서, 이 입장을 대변하는 다양한 국가의 예들을 글로벌하게 다루고 있다. 이들의 입장은 기본적으로는 개신교 윤리와 (합리적) 자본주의의 출현 간의 상호관계를 다룬 베버적 테제에 기초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 사회의 문화적 가치나 상징의 원천으로서의 종교, 문화체계로서의 종교의 기능과 역할을 주목했던 기어츠의 이해 틀을 따른 것이기도 하다(Geertz, 1990).

 

셔먼의 연구인 발전의 영혼은 이 입장은 실증한다. 셔먼은 연구는 실제 중남미의 과테말라 사회를 직접 방문하고 관찰하면서 수행한 양적·질적 연구의 결과다. 마틴(David Martin)의 사회학적 입장을 따라, 그는 중남미의 대표적 제3세계 국가였던 과테말라가 1980년대 이후 사회적 및 정치경제적 성장의 근간을 이룬 인과관계를 20세기 후반 들어 급속하게 성장한 그리스도교 복음주의의 문화·윤리적 토양에서 찾는다.

 

여하튼 본 연구팀이 주목하는 이러한 연구들은 20세기 후반 이후 남미,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사회경제적 진보를 촉발하는 주요 변수 요인들 중의 하나로 종교적 가치를 포함하는 문화 가치 체계의 요인에 주목하고 있는 연구 접근뿐만 아니라(Stuckelberger, 2005), 한 사회의 도덕적 기초의 근원으로서 종교적 가치는 그 사회의 경제가 효율적이고도 지속가능하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 Barro and McCleary, 2003)의 접근과도 통한다.

 

하지만 적어도 1960, 70년대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회이론에서 근대화론의 가정인 근대화가 되면 될 수록 종교는 세속화된다(more modernization, more secularization)”라는 명제에 충실했던 정통 세속화론이나 마르크시즘에 영향을 받은 제반 발전 사회학의 입장들이 확산되면서 한동안 종교의 중요성(significance)을 간과하는 추세가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80년대 초에 이르러 지구촌 곳곳에서 종교의 존속뿐 만아니라 재성화(re-sacralization) 현상이 지속적으로 목도되면서 근대화 이론과 발전사회론 모두 그 기본 관점과 가정들이 비판을 받게 되었다(Vandergeest and Buttel, 1988: 683-684). 더 나아가, 토마스의 연구(Scott M. Thomas, 2005)가 말해 주듯, 적어도 20세기 후반 이후 사회적 및 정치경제적 진보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역할과 기능에 대한 분석의 가치와 의미가 증가하고 있다. 종교를 사회적 진보의 파트너로 이해한 토마스의 연구에 따르면, 한 사회에서 발전이 지속되는 것은 그것이 발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열망 속에 뿌리가 내려져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Thomas, 2005: 42).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한 사회의 진보는 사람들 스스로가 갖고 있는 문화와 종교의 차원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는 깊은 이해이다.

 

다른 한편 본 연구팀은 오늘날 종교보다 한층 포괄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는 영성’(spirituality)에 대한 관련 학계의 관심이 1990년대 중반이후 부흥하여 현재 계속 증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한다. 지난 약 15년 동안 미국에서 의과대학의 무려 4분의 3이 학생들에게 영성이 치유, 건강, 안녕(행복)에 대해서 갖는 관계를 밝히는 신앙과 치료’(faith and healing)에 관한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였다. ‘과학과 종교가 그동안 서로 대립하여 논쟁하여 왔지만, 이 둘이 최근 들어 점차 한 가지, 곧 아무리 작은 영성일지라도 이것이 우리의 건강에 매우 좋은 것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Kluger, 2009). 간단히 말해서, 그동안 종종 간과되었던 건강한 삶에 대한 신앙 요인’(faith factor)이 다시금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주관적 삶의 질’(SWB)에 관한 평생에 걸친 연구로 인해서 이른바 행복 교수’(The Happiness Professor)로 불리는 루트 빈호벤(Ruut Veenhoven)에 따르면, 행복과 가장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심리적특성들이다(보만스, 2012: 348).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정신적으로 유리한 자산들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개인의 행복은 결국 자신의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빈호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사실은 전 세계 공통이었다. 행복에 미치는 생활 능력(신체건강, 정신건강, IQ) 중에서 신체 건강은 모든 국가에서 긍정적상관관계를 갖고, 정신 건강은 모든 국가에서 긍정적상관관계를 갖는데, 그중 서구사회에서는 정신건강이 행복에 특히 긍정적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종교와 영성이 건강과 안녕(well-being)에 미치는 잠재적인 부정적측면(편견, 권위주의적 성격, 편집증, 히스테리 등)이나 영향(죄의식과 불안, 과도한 의존, 인지적 경직, 불관용 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종교와 영성이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부정적영향보다는 긍정적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관련 학계(종교심리학, 종교사회학 등)에서 대체로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종교, 영성, 건강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그동안 대체로 미국에서 이루어진 조사 작업의 성과들로서 이 발견점을 북아메리카가 아닌 한국 등 비서구 사회에 대해서도 그대로 일반화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다종교 세속 사회인 현대 한국의 상황에서 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개념인 영성을 본 연구팀의 전공 분야인 종교사회학 같은 경험과학이 어떻게 조작적으로 정의할 것이며 또한 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 문제도 우리 앞에 놓인 중대한 과제라고 본다. 본 연구팀은 현 시점에서 종교현상학자와 종교사회학자 그리고 필요하다면 주요 종교의 전문가가 함께 협동하여 장기 연구주제로서 한국인의 영성을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작업을 하고 또한 이를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본다.

 

한편, 종교와 사회적 건강(societal health) 사이의 관계는 종교가 없으면 사회가 파멸 한다는 식의 일반의 상식적 생각과는 달리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Paul, 2005: Zuckerman, 2006; 주커만, 2012). 어떤 경우에는 사회를 건강하고 번영하게 만드는 데 종교가 확실히 강렬하고 긍정적인 요소가 된다. 하지만 종교가 사회적으로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영향을 미친 사례들도 있다. , 종교는 긴장, 폭력, 빈곤, 압제, 불평등, 무질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될 때도 있다. 역사적 및 현재적 세계정세를 일별 하더라도, 신에 대한 믿음이나 강렬한 종교적 감정이 널리 퍼진 나라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적 건강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들 중에 종교적으로 독실한 나라들 중에 위험하고 가난한 곳이 많다. 반대로, 신에 대한 믿음이 널리 퍼져 있지 않거나 종교적 성향이 몹시 미약한 나라가 반드시 파멸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은 가장 비종교적인 민주주의 국가 중 적지 않은 수가 지구상에서 부유하고 성공적인 나라들에 속하기도 한다.

 

스스로 무신론자로서 신없는 사회의 저자인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Phil Zuckerman)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덜 종교적인 나라들, 특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성공적인 나라들로서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로부터 그는 종교의 부재가 반드시 사회적 혼란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대단히 인상적인 사회적 건강과 안녕, 그리고 감탄사가 나올 만한 도덕적 질서와 강하게 연관되어 있음“(주커만, 2012: 44)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기서 본 연구팀은 주커먼이 최근 저서신없는 사회에서 덴마크와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도덕적이고 평화로운 사회에 종교가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한 것에 더해서 종교의 힘이 강하지 않은 나라를 꼽을 때 한국을 언급한 것(주커만, 2012: 52)에 새삼스럽게 주목한다. 한국의 경우, 개인적으로 종교를 열심히 믿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종교인들에게는 스칸디나비아의 사례처럼 일상생활에서 신의 존재를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한국의 3대 종교의 지형이 괄목할만한 변화(불교 - 현상 유지, 개신교 - 침체, 가톨릭 - 성장)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3대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절대 숫자는 예전의 약 40%로부터 점차 늘어나서 2012년을 기준으로 이미 50%를 넘게 된 것(류성민, 2009)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로부터 비록 주커만은 한국을 비종교적인 나라로 분류했지만, 본 연구팀은 현대 한국사회에서 3대 종교인구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상의 종교사회학적 함의를 종교와 사회적 건강이란 측면에서 이론적, 경험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상의 연구 배경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볼 때, 본 연구는 필연적으로 거시적 및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 하며, 연구 집단 또한 점진적으로 사회()학으로부터 인문학 및 자연과학 영역을 포함하는 융복합적 연구 지향이 가능하도록 광범위하게 전공영역의 스펙트럼을 확장해가야 할 것이 요구된다.

 

 

2) 연구의 목적 및 이론적 출발점

 

본 연구팀은 한국 사회에 관한 한 1960년대 이후의 산업화와 경제발전 등 압축적근대화가 현 한국 사회에 초래한 문제 곧, 경제적 변화와 도덕적 가치 간의 긴장의 현상에 주목한다. 이로부터 본 연구는 발전에 관한 세계 사회과학계의 최근 인식의 변화를 수용하여 종교사회학, 발전사회학, 경제사회학 및 비교문화 사회학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가 그동안 경제발전, 인권 및 평등, 민주주의 영역에서 발전을 지향, 추구해가면서 경주했던 다양한 노력들 속에서 정신문화적 가치의 토대로서 종교가 수행한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를 외국 사회의 사례와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 이론적, 경험적으로 해명하려고 한다. 그동안 국내의 주도적 연구 경향이나 추세였던 주류 발전 사회학의 경우 사회 발전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별로 주목하지 못하였고, 통상적 종교사회학의 경우도 한국의 종교가 사회적 진보의 전개 과정에서 어떤 동기를 부여했으며,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심도 있게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아주 최근의 몇 사례(전명수, 2004; Jibum Kim , 2007; Kirsteen Kim, 2007; Andrew Kim, 2003 )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배경과 맥락에서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한국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도 경험적인 일차적 자료들에 바탕을 둔 심층적 및 종합적 분석이야 말로 현 시점에서 긴요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또한 이 장기 연구 프로젝트는 한국의 종교 현상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연구 분석과 이론을 세계 종교사회학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 같은 의의를 갖는 본 연구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1단계(2012-2014)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와 사회진보란 키워드와 연결되는 다양한 구체적 연구 의제를 발굴해 내는 것이 긴요하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본 연구자들은 3년 연구의 1단계에서는 한국 사회의 근대화로 표상되는 급격한 사회변동 과정 속에서 전체 인구의 약 절반가량이 종교인인 가운데 종교와 종교적 가치가 과연 실제로 어떤 발전적 동기를 추동하고 역할을 수행해 왔는지를 이론적 및 경험적으로 밝혀내고 입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본 연구팀은 다음 두 가지 일반적인 이론적 통찰이 본 장기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연구의 의제를 발굴하고 분석의 준거틀을 만드는 데도 긴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첫째, 한 사회가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발전을 지향하여 경주하는 다양한 노력 속에서 그 사회의 정신문화의 토대 곧, 도덕적(규범적) 가치의 기반인 종교가 수행하는 특수한 역할이 과연 무엇인지를 경험적으로 밝혀내기 위해서는 조작적 수준에서 구체화될 수 있고 또한 구체화되어야만 하는 다음 네 가지 주요한 연관이 존재한다(Wilber and Jameson, 1980: 476-477): (1)개인의 태도-행동과 종교 간의 전통적 연관의 측면, (2)종교가 사회적 진보의 노력에 대한 저항의 근원이자 초점이 되는 측면, (3)종교가 사회진보에 대하여 긍정적인 추동력이 되는 측면, 그리고 (4)종교적 집단이 초월적 지평을 형성하는 초국가적 행위자로서 중요성이 점증하는 측면.

 

둘째, 현대 세계 속에서 종교가 자본주의와 맺는 관계를 다음 네 가지로 이론화할 수 있다(Woodhead, 2002: 7-8). (1)자본주의 정신과 프로테스탄트 노동윤리 간의 친화성에 대한 베버의 주장과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 속에서 성공을 하는 데 필수적인 훈련을 지속시키는 복음주의적-카리스마적 기독교의 독특한 능력에서 예시되듯, 종교는 자본주의를 지원한다. (2)종교는 경제 영역에 간섭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단념한다. 그래서 세계 전역에 있는 종교적으로 신앙심이 깊은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기업에서 일하지만, 이들은 이것이 자신들의 종교적 헌신(몰두)에 모순되거나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지 못한다. (3)세계종교의 대부분이 그 종교 안에 번영을 강조하는 진영을 갖고 있는 사실에서 잘 드러나듯이, 종교는 종교적 수행(실천)이 그 자체로서 번영의 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함으로써 자본주의에 맞선다.’ 또한 (4)종교는 자본주의가 초래하는 심각한 불평등, 혼란, 스트레스 및 긴장 등을 대처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3) 장기 집단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

 

세계 많은 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 종교가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추동적 또는 매개적 역할을 하였음을 지지하는 최근의 방대한 연구들(: McCleary and Barro, 2006; Inglehart, 1997)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단기간에 급속한 근대화를 이룬 한국 사회에서도 문화적 가치의 기반인 종교가 (사회)정치·경제적 발전에 분명히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위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거시적 측면에서의 학문으로서의 상대적 소외와 위축뿐만이 아니라, 사회학 영역 내에서 조차 연구주제로서의 종교는 위축되어 왔다. 그동안 국내 사회과학자들은 일부의 뛰어난 연구 사례(한내창, 2010)를 제외하고는, 종교성과 종교적 가치의 사회(발전)적 효과나 영향 등을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측정하는 방법상의 난점으로 인해서 연구 대상이나 주제로서 종교를 경원시하거나 혹은 아예 연구대상에서 제외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그동안 종교를 사회()학적으로 연구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 학자의 수가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 이웃 나라 일본 - 종교인구가 채 1%밖에 안 되는 나라 - 과 비교해서도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 한국사회의 발전 경로와 추세에 대한 해석을 통해 미래 한국 사회의 예측 및 설계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가치적·문화적 기반을 모색하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서 본 연구는 아젠다 (한국의 종교와 사회진보)가 갖는 거시성, 민감성, 포괄성 등으로 인해 당연히 많은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장기적인 연구로 수행될 수밖에 없다. 단계별 및 연차별 연구 계획은 아래 섹션에서 상술한다.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1) 단계별 및 연차별 연구 내용 및 방법

 

본 연구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수립한 10년 장기연구의 잠정적 계획은 다음과 같다. 10년 장기 공동 연구로서 연속적으로 수행될 본 연구의 중 주제를 3개의 주요 단계별로 구분해보면, 1단계(3, 소형)에서는 종교사회학적 관점에서 종교와 사회진보에 관한 이론적이고 경험적인 토대를 구축하고, 2단계(3, 중형)에서는 발전이론적 관점에서 종교와 사회진보를 연구하며, 3단계(4, 대형)에서는 교차 문화적 관점에서 종교, 사회진보, 인간개발 및 사회적 건강의 관계를 종합할 것이다. 이로써, 본 연구 프로젝트는 이른바 종교의 사회 생태적 이해(social ecological understanding of religion)’로 종결되는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 1단계(2012-2014, 소형) - “종교와 사회진보 I: 종교사회학적 관점

 

1단계의 연구 목표는 종교와 사회진보에 관한 이론적 및 경험적 연구기반 구축에 있다.

우선, 1차년도(2012)에서는 서구 종교(가톨릭과 개신교)와 사회발전의 관계를 논구하기 위한 기초 단계의 연구로서 우선 한국 사회에서 종교사회진보(발전)’이란 두개의 키워드에서 파생되는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장기적 연구 의제를 발굴해 내는 것이 긴요하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본 소규모 연구팀은 종교와 사회진보에 관한 국내외의 방대한 기존 선행연구들을 각자의 연구 주제와 관심에 따라 검토하고 비교 정리해보는 작업을 수행했다(연구 작업 및 결과는 다음 장에 상술됨).

뒤이어 제2차년도(2014)에서는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에 관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된 대표적 사회조사(한국갤럽조사연구소, 2004; 은기수 외, 2008; 한국리서치, 2008; 김상욱 외, 2009 )의 결과를 실제 사회경제적 현상과 면밀히 비교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2차년도에서 본 연구팀 자체의 사회조사를 실시할 것이다. 우선 종교와 종교적 가치가 신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결과 종교인들 간에 사회의식에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Park, 1994: 169-180)아래, ‘세계관과 발전’(worldview and development)에 대한 반()구조화된 조사 설문지(: Sherman, 1997: 171-182)를 만들고자 한다. 그 다음 이 설문지를 통해 국내의 무속신앙, 불교, 유교, 가톨릭, 개신교, 무종교의 6개 표본집단(각기 20명씩 총 120)을 대상으로 직접 심층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기록 및 녹취한 원자료를 만들어서 기초적인 분석을 하고, 또한 이 데이터를 차후 본 연구 전반에 활용하고자 한다. 여기서 무종교 집단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이 비종교인구 집단이 한국의 경우 인구의 약 절반(46.5%, 2005년 현재)(류성민, 2009: 28)을 차지하면서도 이 집단의 가치와 의식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자기확인방법에 의한 종교인구 조사에 문제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한국의 비종교인구 비율은 세계적인 상황에서 볼 때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류성민, 2009: 60).

다음 제1단계의 제1, 2차년도(2013) 연구의 토대에 기초해, 3차년도(2014)에서는 종교와 발전의 관계에 대한 세계 사회과학계의 전통적 관점(성장=발전)이 한동안 세계종교들 중 주로 그리스도교와 자본주의에 초점을 모았던 사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면서도 일단 한국의 전통종교와 구별되는 외래의 서구종교(그리스도교)가 경제발전 및 근대화 등과 관련되는 사회발전에서 수행한 역할에 대해 먼저 분석을 하고자 한다. 이 때 기독교 중 한반도에 역사적으로 먼저 들어온 가톨릭을 제2차년도(2013)에서 다룬 뒤, 3차년도(2014)에는 개신교를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 그런데 가톨릭과 개신교의 사회적 역할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게 될 이 연구단계의 발견점은 현재 개신교의 침체와 가톨릭의 성장이라는 최근 변화에 더해서, 노인들의 자원봉사에서도 가톨릭이 개신교보다 상대적으로 참여 수준이 높은 점(Jibum Kim , 2007: S71-72), 그리고 가톨릭이 개신교 보다 월등히 낮은 수준의 일탈을 보이고 있는 점(이원규, 2009: 28) 등에 대해서도 중요한 이론적 함의와 시사점을 줄 것이라 예상된다. 아울러 이를 토대로 제3차년도(2012)에서는 제2단계(중형)로의 진입을 위해서 필요한 연구 의제를 계속 발굴하여 구체화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 2단계(2015-2017, 중형) : “종교와 사회진보 II: 발전이론적 관점

 

2단계의 연구 목표는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및 사회적 발전과 종교 역할에 대한 이론적 토대 명료화와 관련된 경험적 역할의 규명에 있다.

먼저 제2단계의 제1차년도(2015)에서는 발전이론과 종교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 주력한다. 이를 위해 순수 종교 사회학의 경계를 넘어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 및 평등의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다 학제적 영역 -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 을 포괄할 수 있는 중규모 정도의 연구팀을 구성한다. 그리고 한국 종교문화의 원형이라 볼 수 있는 토착적인 무속신앙이 사회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를 종교사회학과 종교인류학 간의 학제적 연구를 통해 밝혀내고, 2차년도(2016)에는 불교철학과 종교사회학 간의 학제적 연구를 통해 불교와 사회발전에 대해 논의하고, 3차년도(2015)에서는 유교사회학과 종교사회학 간의 학제적 연구를 통해 유교와 사회발전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2단계에서는 종교 세계관과 사회진보 양자 간의 관계에 대한 질적 연구를 수행한다. 이 연구의 이론적 배경은 베버(Max Weber)의 관점에 기초한다. 베버는 경제적 토대 혹은 사회적 상황이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그 역의 관계도 성립됨을 그의 유명한 개신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논의에서 밝힌바 있다. 이와 같은 종교와 사회진보와의 관계는 데이빗 마틴(David Martin, 2004)에 의해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에도 적용, 분석되었고, 나카지마(Mineo Nakajima, 1994)는 신흥 산업국 중 유독 아시아의 국가들이 앞서가는 이유를 독특한 유교 문화와 연결시켜 논의한 바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종교가 그 고유한 세계관을 매개로 하여 사회 진보, 특히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 설문을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조사 대상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불교, 개신교, 가톨릭 및 무종교인을 대상으로 한다. 연구의 중요 대상인 유교 및 무속인에 대한 조사는 표본 확보의 어려움으로(2005년 인구센서스에서 위의 세 종교를 제외한 기타 종교인의 비율은 모두 합쳐서 1%에 불과하다), 별도의 심층 인터뷰에 의존한다. 서울 및 수도권에 조사 대상을 한정함은 이 지역이 대한민국 근대화의 가장 심장부임과 동시에, 표본의 동질성을 확보함을 그 근거로 한다. 조사는 종교 이외에 세대(generation)를 중요 변인으로 설정하고, 2개의 세대, 즉 대한민국 근대화의 사회문화적 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세대로 1955-64년생 표본을, 그리고 그 산업화의 열매를 먹고 자라난 세대로 1985-94년생 표본을 설정하여, 이들 세계관의 차이 및 이러한 차이가 종교 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 3단계(2018-2021, 대형); “종교와 사회진보III: 교차문화적 관점

 

3단계의 연구 목표는 제1, 2단계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본 연구팀의 핵심어(key word)인 인간발전(human progress)의 주요 척도 현상인 사회적 건강가 한국 종교의 가능한 역할을 규명하는 데에 있다. 이런 종류의 규명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한국사회의 자살률로 드러나는 사회적 불 건강현상의 인과적(상관적) 배경에 대한 사회과학적 이해에도 기여하는 바가 될 것이다.

3단계에서의 연구는 제1차 및 2차 단계의 연구를 종합하는 연구의 속성을 가진다. 따라서 전체 연구의 종합, 전망, 이론화, 국제화를 위해 한국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논할 때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소주제들을 학제간(종교사회학, 종교인류학, 문화인류학, 종교학, 철학, 경제학 등) 공동연구를 통해 차례로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1차년도(2018)에서는 한국의 사회 발전과정에서 제 종교 간에 역할 면에서 드러난 차이를 비교의 관점 속에서 규명하고, 또한 종교와 사회적 건강에 대한 전국민 대상의 사회조사(II)를 실시하며, 2차년도(2019)에서는 최근 불교의 현상유지, 개신교의 침체, 가톨릭의 약진등으로 드러난 한국 종교지형의 변화와 이것이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를 밝히는 연구를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제3차년도(2020)에서는 세계 종교사회학계에서 현재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된 종교와 사회적 건강의 관계에 주목해서 앞의 사회조사(I)(II) 자료를 토대로 교차문화적 관점에서 한국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 보는 작업을 국제학술대회의 개최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달성해 보고자 한다. 끝으로 제4차년도(2021)에서는 이상 전체 연구를 종합하고 그 연구 결과를 논문 및 저서 출판을 통해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자 한다.

 ​